돌아보다, 바라보다

Interview

로케이션 네비게이션

경기지부 조선희 사무처장

INTERVIEW 03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학비노조

  • 경기지부
  • 조선희 사무처장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초등학교 돌봄전담사와 어린이집 및 유치원 보육교사들의 중요성이 드러난 한해였다. 조선희 사무처장은 지난 8년간 학비노조 돌봄분과장을 맡으며 이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당한 임금체계를 대변해왔다. 그리고 2020년부터 경기지부 사무처장을 맡으며 학교비정규직 전체로 업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샘플이미지

01올바르지 않은 돌봄전담사의 근무환경

조선희 사무처장이 처음 돌봄전담사로 일했을 때만 해도 돌봄전담사는 경력단절 여성의 쉬운 일자리, 단시간 일자리, 아르바이트 등으로 취급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돌봄전담사 대부분이 정식 교원이 아니다 보니 이러한 차별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었다. 하지만 ‘단시간 근무’라고 해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아이들이 돌봄 교실로 오고 가는 과정에서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막중한 책임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돌봄전담사들의 역할은 아이들의 안전과도 직결되어 있어서 책임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특히 오전에는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자리에서 수업을 받고 난 뒤 방과 후 과정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작은 교실 안에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생활하다 보니 부딪침도 말썽도 많아요. 그런데 돌봄전담사 대부분이 단시간으로 일하고 있잖아요. 돌봄전담사는 아이들을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이며 그만큼 준비시간이 충분히 주어져야 하는데 말이죠. 돌봄전담사 일의 양이나 질과 비교했을 때 임금이나 처우 등 그 대가는 너무나 열악하고 비참했습니다. 심지어 돌봄전담사가 생겨났던 초창기에는 공적 돌봄임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학교나 교육청,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가 지급하는 형태였습니다. 고정 임금이 아닌 매월 임금이 달랐어요. 이 같은 단시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참함을 더는 참을 수 없어 8년 전 학비노조를 찾게 되었습니다.”

조선희 사무처장은 학비노조 돌봄분과장을 맡았을 당시 초등학교 돌봄전담사들의 초단시간 근무를 없애고 8시간 전일제가 되어야 한다고 투쟁해왔다. 돌봄교실 운영에는 아이 돌봄을 기본으로 행정업무와 준비, 정리 시간이 꼭 필요한데 시간제 일자리로는 제대로 된 돌봄교실을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처음 학비노조에 가입했을 당시 ‘노동조합’은 우리와 같은 돌봄전담사들과는 안 어울리는 옷이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단시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이라는 큰 자존심 하나로 버텨왔었거든요. 즉 스스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투쟁 또한 낯설고 무서운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조선희 사무처장은 학비노조에서 일하면서 돌봄전담사의 사회적 위치를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단다. 즉, 우리가 근무하는 환경이 올바르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고, 우리의 처우개선이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됨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학비노조에 가입한 뒤로는 한없이 모자를 눌러쓰고 ‘시간제 폐지’, ‘돌봄 교사 외주화 반대’ 등 피켓을 들고 끊임없이 투쟁을 펼쳐왔다.

샘플이미지
샘플이미지
샘플이미지

02코로나19로 돌봄전담사의 중요성이 재조명된 한 해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다사다난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고용불안과 업무 과중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학교가 문을 닫았어도 맞벌이,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을 위해 돌봄교실의 문은 항상 열려 있어 보육이 필요한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2020년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들은 담임선생님은 몰라도 돌봄 선생님은 알고, 심지어 돌봄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인 줄 아는 아이들과 학부모도 있었어요. 늘 돌봄전담사들에게 고마워하셨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필수노동자로 재조명된 셈이죠.”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면서 학부모들이 돌봄전담사들에게 더욱 고마워했던 이유는 ‘교사’와 ‘엄마’의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과 가깝게 면대면 보육하는 직종인 만큼 아이들 하나하나의 방과 후 일정 관리는 물론 숙제 관리, 간식, 급식 제공, 놀이를 통한 생활습관교육, 안전교육, 사회적 교육, 성교육, 역할교육 등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을 일일이 계획하고 실천해왔다.

“코로나19로 긴급돌봄이 시행되면서 초등돌봄교실 운영의 문제점을 많이 찾을 수 있었어요. 법적인 근거 하나 없이 안전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돌봄교실에서 시간제 돌봄전담사가 교차·초과근무를 하며 긴급돌봄을 책임져온 것이요. 특히 원래는 초등 1~2학년 중심으로 방과 후와 방학 중에 운영되었던 돌봄교실이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아이를 혼자 둘 수 없는 가정을 위해 교육부가 지침을 내려 전 학년 대상 긴급돌봄교실로 확대 운영되었어요. 그만큼 과중한 책임을 떠맡게 된 거죠. 하지만 커진 책임과 달리 돌봄전담사들의 근무형태가 시간제여서 아이들을 끝까지 제대로 책임질 수 없는 모순된 상황이 전개되었답니다.”

샘플이미지
샘플이미지

사회적 시선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내 일터에서 아무런 힘없이 쫓겨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전국 1만2천여 명의 돌봄전담사들이 한마음으로 파업을 결의했고,
11월 6일 피켓을 들고 투쟁했습니다.

03코로나19 속에서 진행된 돌봄파업이 가져온 변화

안전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돌봄전담사들은 코로나19를 이겨내며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교육부 소속인 돌봄교실을 지자체로 이관하겠다고 밝혀 돌봄전담사들이 코너에 몰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재주는 곰이 넘고 이득은 왕서방이 챙기는 꼴이 되었고 간, 쓸개까지 다 빼주고 버려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사장이 바뀌고 구조조정에 해고예고까지…. 참으로 비참했던 2020년 6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학비노조는 코로나19 속에서 파업을 한다는 것이, 그리고 아이들을 볼모로 투쟁한다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사회적 시선 때문에 두려웠다. 하지만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 2020년 11월 6일 용기 내어 파업을 결의했다.

“사회적 시선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내 일터에서 아무런 힘없이 쫓겨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전국 1만2천여 명의 돌봄전담사들이 한마음으로 파업을 결의했고, 11월 6일 세종시 교육부 앞에 3천여 명과 전국각지에서 2천여 명이 ‘지자체돌봄교실 민영화 반대’, ‘돌봄 차별 없는 시간제 폐지’ 등의 피켓을 들고 투쟁했습니다. 이날의 투쟁으로 ‘온종일 돌봄 특별법’ 법안은 유보되었고, 교육부로부터 ‘초등돌봄전담사의 처우개선안 마련’이라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돌봄전담사들의 파업으로 일터에서 쫓겨나지는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가 많다. 교육부가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학비노조를 중심으로 한명 한명 힘을 모아 ‘공적돌봄교실 강화’와 ‘시간제 폐지’를 이뤄내야 한다. “지자체돌봄교실은 민영화 사업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공적돌봄교실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돌봄 공백이나 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전일제 근무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변화, 학교 내의 정규직과의 합의점 도출 등을 통해 어느 한 직종의 요구가 아닌 사회적인 돌봄 문제로 투쟁하고 단결해야 합니다.”

돌봄전담사는 필수노동자로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조선희 사무처장은 “8년이라는 돌봄 투쟁이 학비노조 10주년의 해인 2021년에는 결실을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즉, 2021년 6월에 있을 돌봄 총궐기와 11월 총파업으로 승리할 것을 다짐한 것이다.

샘플이미지
샘플이미지

04학비노조의 미래, 핵심간부 발굴과 직접 정치에 달렸다

학비노조 돌봄분과장에서 경기지부 사무처장으로 자리를 옮긴 조선희 사무처장은 이제는 돌봄 노동자를 포함해 학교비정규직 전체로 시선을 확장하며 앞으로 10년 후 학비노조의 모습을 고민하고 있다. “경기지부에서는 핵심간부 아카데미, 진달래 실천단 등 간부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몇 명의 상근자가 움직인다고 노조 운영이 잘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조합원이 함께해야 하죠. 하지만 조합원은 학교 내 맡은 업무를 하기에도 너무 바빠 함께 노조 일을 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따라서 이들을 선두에서 이끌 수 있는 간부가 조직적으로 재정비가 된다면 학비노조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기지부는 핵심간부 발굴사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학비노조는 조합원이 주인인 노조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간부끼리 사무실에 둘러앉아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고 좋은 해결방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 이것이 바로 간부의 역할인 것. 이를 위해 조선희 사무처장은 수시로 조합원들을 만나 신뢰를 쌓고 소통하며 간부 및 조합원 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그는 “과거에는 단순히 현장의 어려움, 임금 등 우리의 밥그릇 때문에 투쟁했다면 앞으로는 학교비정규직을 넘어 사회 모든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노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비정규직의 불합리화를 학비노조가 선두에 서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학비노조가 갈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위해 노동법안을 만들어주는 사람은 없어요. 우리 스스로가 정치에 참여해 노동자에 꼭 필요한 법안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직접 노동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학비노조 10주년인 2021년에는 직접 정치를 위한 초석을 조금씩 다져나갈 계획입니다. 그래야지만 10년 후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 거예요. 특권만 누리는 이 세상을 모두가 다 아름다운 세상으로 바꾸는 데 우리 조합원 모두가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ALL MENU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