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다, 바라보다

Interview

로케이션 네비게이션

광주지부 설윤경 광산2지회장

INTERVIEW 03

첫 파업, 첫 간부, 처음이라는 설렘

  • 광주지부
  • 설윤경 광산2지회장

광주지부 설윤경 광산2지회장은 학비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이다. 하지만 3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는 광주지부에 없어서는 안 될 인재로 거듭났다. 조합의 모든 일이 아직은 생소하고 어렵지만, 선배들이 닦아온 이 길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정을 다하는 설윤경 지회장의 학비노조 활동기를 소개한다.

샘플이미지

01학비노조와 학교의 연결자 역할을 해내다

설윤경 지회장이 학비노조에 가입한 지 올해로 3년이 되었다. 그는 이 3년의 세월이 정말 순식간에 흘렀다고 표현했다. “처음 학비노조에 가입했을 때만 해도 제가 간부의 역할까지 맡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어쩌다 보니 분회장을 하고 있었고, 또 어쩌다 보니 지회장을 하고 있네요. 사실 학비노조에서의 매 순간이 아직은 부담스럽지만, 저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설윤경 지회장은 2016년 9월 광주의 한 사립학교와 기간제로 계약을 하고 처음으로 급식실 조리원으로 일했다. 아무래도 학생 수에 따라 조리원 수가 정해지다 보니 사립학교의 경우 급식실의 조리원 중 한 명은 기간제 형식으로 충원하고 있다.

“처음 근무했던 사립학교는 이곳에서만 최소 7년 이상을 근무한 베테랑 선배들이 포진되어 있었습니다. 기간제로 근무하는 저에게 굳이 노동조합 가입을 권하진 않았지만, 사립학교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노동조합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고,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부터 얼마나 많은 변화들이 있었는지 자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사립학교에서 23개월간의 계약이 완료되면서 설윤경 지회장은 더 연장계약을 하지 못한 채 사립학교를 떠나야 했다. 그리고 공채 시험을 통해 공립학교에 2018년 9월부터 발령받아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공립학교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학비노조에 가입했어요. 그런데 당시 제가 발령받은 학교의 분회장이 일을 그만둬서 그 자리가 공석이었어요. 선배들은 나이가 많아 자발적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제가 젊다 보니 “네가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으셨어요. 분회장의 역할이 학비노조 소식을 전달하는 소통창구여서 부담 없이 승낙했죠. 대신 선배들에게 “제 말을 잘 들어야 해요”라고 강하게 말했던 것 같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는 20여 개의 학교가 있다. 이 학교들의 분회장들이 모여 소통하는 분회장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분회장으로서 그의 첫 업무였다. ”첫 분회장 회의에 참석했을 때 많은 분이 반갑게 맞아주셨고 참석만으로도 고마워하셨어요. 그리고 뭔가를 도모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셨죠. 사실 분회장을 맡기 전에는 노동조합을 한발 건너에서 바라만 봤는데 막상 가까이서 보니 늪 같은 곳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내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학비노조와 학교의 연결고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샘플이미지
샘플이미지
샘플이미지

02첫 간부 생활, 나의 가치를 일깨워주다

설윤경 지회장이 분회장 역할을 하고 있을 무렵 규모가 큰 광산2지회를 나눌 계획이 있었던지라 다음해에 지회장을 해볼 것에 대한 제안이 들어왔고 반년정도 지부운영위에 참관하며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했을 때는 마음 한편에 답답함이 있었어요. 선배들의 열정적인 투쟁으로 우리의 처우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렇지 못한 직군과 갑질은 여전히 남아있거든요. 마침 노조에서 저를 절실히 원했고, 귀찮거나 어려워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저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줘서 감사한 마음으로 지회장 일을 맡은 것 같습니다.” 광산2지회장 역할을 통해 학비노조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고 있다는 설윤경 지회장. 특히 학교에 근무할 때는 다른 학교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지금은 다른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조합원들의 고민을 함께 공감하고 방안을 간구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단다.

“지회장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저를 반갑게 맞이해줄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제가 뭐라고…. 사실 2019년에 제가 다니던 학교 급식실에서 갑질 사건이 있었어요. 당시 노조가 저의 큰 울타리가 되어줬거든요. 이제는 제가 광산2 지역 학교에 근무하는 조합원의 울타리가 돼 주는 것, 즉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리는 것 이것이 저의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부터 광산2지회장을 역임하기 시작한 설윤경 지회장은 본격적으로 노조 활동을 위해 같은 해 3월부터 광주지부에서 상근하기 시작했다. “상근하면서 가장 안 좋은 점은 퇴근이 늦어졌다는 거예요. 사실 학교에서 근무했을 때는 오후 4시 30분이면 퇴근해서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해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이기 때문에 분명 아이들도 이해해줄 거라 믿습니다.”

샘플이미지
샘플이미지

그중 하루는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수가 모여 깜짝 놀랐습니다.
아직도 그 분홍색 물결은 잊히지 않네요. 특히 그때 우리 학교 급식실 구성원 모두가 참가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구성원 간의 연대감을 처음 느낀 파업이었습니다.

03코로나19 속에서 진행된 돌봄파업이 가져온 변화

설윤경 지회장이 처음 참여한 파업은 2019년에 있었던 3일간의 전국총파업이다. 당시 학비노조는 비정규직 종합백화점이 되어버린 학교를 ‘비정규직 없는 학교’로 만들기 위한 투쟁을 벌였다. 당시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함께 일하는 교원과 공무원 등 정규직과 비교해 60~70%에 불과했다. 학비노조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공무직 법제화와 정규직 임금의 80%에 맞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를 줄여달라는 총파업을 3일간 벌였다. “2019년 분회장 시절 전국적으로 총파업이 있었습니다. 당시 각 학교는 3일 동안 다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하루만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참여하지 않을 것인가로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제가 근무하던 학교는 3일 총파업을 추진했습니다. 그중 하루는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수가 모여 깜짝 놀랐습니다. 아직도 그 분홍색 물결은 잊히지 않네요. 특히 그때 우리 학교 급식실 구성원 모두가 참가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구성원 간의 연대감을 처음 느낀 파업이었습니다.”

설윤경 지회장은 광주지부에 상근하기 바로 직전인 2020년 2월 광주시교육청 점거 농성에 투입된 적도 있다. 당시 광주시교육청이 급식 보조 인력 정원을 51명 늘리기로 합의해놓고 아무런 상의 없이 정원을 줄이자 광주지부는 임의로 축소한 인원을 하루빨리 원상태로 복귀시키라는 점거 농성을 벌였다. “상근을 앞두고 방학 때 사무실 분위기를 파악하러 광주지부에 방문했다가 급작스럽게 점검 농성에 투입되었어요. 그때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는데 선배들을 믿고 무조건 따라나섰죠. 사실 교육청 직원들의 업무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은 소통 자체를 거부했고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을 고려한 조치라며 합의된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는 무례함에 분노를 감출 수 없었어요. 처음으로 조합원들과 함께 교육청 복도를 점거하고 거기서 밤을 지새우는 등 모두가 한마음으로 움직였습니다. 결국, 교육청은 정원 수를 원상태로 돌렸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돌봄전담사들의 파업으로 일터에서 쫓겨나지는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가 많다. 교육부가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학비노조를 중심으로 한명 한명 힘을 모아 ‘공적돌봄교실 강화’와 ‘시간제 폐지’를 이뤄내야 한다. “지자체돌봄교실은 민영화 사업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공적돌봄교실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돌봄 공백이나 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전일제 근무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변화, 학교 내의 정규직과의 합의점 돌출 등을 통해 어느 한 직종의 요구가 아닌 사회적인 돌봄 문제로 투쟁하고 단결해야 합니다.”

돌봄전담사는 필수노동자로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조선희 사무처장은 “8년이라는 돌봄 투쟁이 학비노조 10주년의 해인 2021년에는 결실을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즉, 2021년 6월에 있을 돌봄 총궐기와 11월 총파업으로 승리할 것을 다짐한 것이다.

샘플이미지
샘플이미지

04노동자 누구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세상

지난 10년간 학비노조는 비약적인 성장과 더불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일궈왔다. 엄청난 경제적 변화를 일으켜온 것이다. “지금은 노조가 약간의 정체기인 것 같습니다.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굉장히 좋아졌지’라고 말하며 안주하려는 조합원이나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라며 이제는 그만하라는 주변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는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남아있고, ‘노동의 가치는 똑같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 이렇게 공부해서 저렇게 될래?’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하하는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는 경제적인 것을 넘어 제도적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난 한 해는 코로나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계가 더욱 위협받았다. 특히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으면서 급식실 역시 출근이 연기되어 광주시교육청에서 또 한 번의 출근투쟁을 벌였다. “광주시교육청은 2~3주 방학을 연기한 만큼 나중에 채울 거라 얘기는 했지만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2~3주 일할 수 없다는 것은 큰 고통이었어요. 결국, 우리는 출근투쟁으로 3월 23일부터 정상 출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도 없는 학교에 출근하다 보니 마땅히 할 일이 없는 거예요. 저희는 지금이 바로 노조가 다시 한번 성장할 기회이고, 이 기회를 빌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계획을 세우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학교에 방문하면 조합원들이 너무 바빠서 5분 얘기하기도 힘들었는데 지난 한 해는 30분이든 40분이든 오랜 시간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앞으로의 10년은 노동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법제화 투쟁이 필요함을 교육하면서 함께하자는 의지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설윤경 지회장은 “현장도 즐겁고 노조도 즐거웠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요즘 먼저 나서서 노조에서 일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우리의 근무환경을 정상적으로 돌리는 데 아직도 많은 품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장을 방문할 때나 선후배를 만날 때면 ‘고생한다’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저는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라도 ‘즐겁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투쟁을 통해 우리의 상황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되면 행복하듯이 항상 ‘고생한다’는 생각보다는 ‘즐겁다’라는 생각을 하자는 거죠. 그리고 노조는 항상 내 옆에서 함께한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앞으로 우리의 10년은 더욱 밝을 것입니다.”

ALL MENU

닫기
닫기